커제는 동기들 중에서도 비행기를 가장 잘 몰았지만 에이스는 아니었다. 그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 한번은 테스트 비행 중에 수 분간 저공 비행을 해서 교관을 경악시켰다. 한번은 술통에 담갔다 빠져나온 꼴로 비행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커제는 술을 마실 줄 몰랐다. 그런 그를 챙기는 것은 커제와 네 살 차이나는 박가였는데, 박가가 어째서 커제를 그토록 챙기는지는 동기들 중 아무도 몰랐다. 다들 어쩌면 커제보다 더 미친 건 박일지도 모른다고 수군거렸다.
다음 날 아침에 커제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잠든 박가를 보면서 웃는다. 생도 중 누군가 봤다면 커제! 얼굴이 흘러내린다! 라고 했을 것이다. 그날 커제는 박가가 깨기를 기다렸다가 같이 차를 마시자고 졸랐다. 테이블 하나를 두고 나체인 채로 말이다. 그런 건 커제의 고약한 속성이다. 문득 구대령을 떠올린다. 불쌍한 구대령, 그 인간 품에서 싫단 소리도 못 하겠지. 지난 밤에 라오포는 몇 가지 단어를 말했다. 커제, 하지 마, 싫어, 그만, 나의 아이.
박가는 최근 살이 많이 쪘다. 갑작스럽게 살이 올라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커제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좋아하는 마음이 앞설 뿐이다. 부드럽고, 부드러운. 누가 감히 내 성역을 짓밟아? 그건 커제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라서 커제는 박가를 귀하게 여기기에도 생이 모자랐다. 구대령이 지나가다 커제를 보고 미소 지었다. 잘 지켜. 커제는 기분이 나빠졌다. 구대령은 스스로가 번제가 된 인간이다. 무식한 이 교관의 옆에 서려면 그 수밖엔 없다는 것을 커제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