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라는 말만큼 오만한 게 있을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이해 가능한 범주 안에 얌전히 유폐된 타인의 형상일 뿐.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궤도를 벗어나면 광기라 명명하고, 질서에 균열을 내면 죄악이라 낙인찍지. 이해를 자처하는 자들이야말로 가장 집요하게 인간을 왜곡하고 있으니.
수면은 여전히 고요하고 저편의 하늘은 아무런 죄도 없다는 듯 푸르다. 더는 날아오르지 못한다. 날갯짓을 거듭할수록 흉은 짙어지고, 수면 위에 남겨진 흔적마저 파문 속에 유실된다. 평생 갈망해 온 비상의 종착은 찢기고 갈라져 너덜대는 날개의 잔해. 추락의 끝자락에선 무엇이 날 기다리나.
평온이라는 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평행선이다. 나는 한 발짝을 내디뎠고 그것은 한 발짝 멀어졌다. 다시 걸어보면 덩달아 퇴보한다. 어느 지점부터는 방향조차 망각했지만 무의미한 보행을 거듭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족쇄로 변모해 발목을 쥐여잡고 종언의 공허 속으로......
그들이 염원한 것은 진정한 자유였을까, 자유를 꿈꾸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허울이었을까. 제국의 변화를 꿈꾸던 이들마저 권력의 위세 앞에 복종을 택한다면, 나의 이상은 끝내 침묵으로 매몰되겠지. 그토록 맹목적으로 믿어 온 신념의 끝이 한낱 몽상에 불과하다면.......